2025년 1월 월간 독립출판 '월간 독립출판' 열여덟 번째 편지
독립서점 '새벽감성1집'과 객원 에디터 5인이 함께 만드는 이메일 뉴스레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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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작과 '낯섦'의 경계에서 우리가 찾은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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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3월에 멈춰 있던 '월간 독립출판'을 새롭게 쌓아나가기 위해 객원 에디터를 모집했습니다. 그리고 2025년 첫 뉴스레터를 발행하기 위해 첫 주제를 정했습니다. 바로 '낯섦'이라고. 새로운 시작 앞에 어떤 '낯섦'을 우리는 찾는 걸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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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해서 낯섦, 취향이 달라 낯섦, 독특해서 낯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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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곳에 들어서는 순간, 모든 것을 원래 알고 있는 것처럼 익숙한 곳이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곳은 모든 것을 처음 알게 된 것처럼 낯설게 느껴집니다. 낯선 곳에서 무엇이라도 발견하는 것이 좋을까요, 낯설기 때문에 익숙한 곳으로 향해야 하는 것일까요. 우리는 각자 '익숙하고 평범하기에', '취향이 달라 평소에 보지 않아서', '처음 보는 신선함이어서' 낯선 책을 집어 들었습니다. 그리고 찰나의 순간 우리의 눈앞에 들어왔던 '낯선 책'을 소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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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욱 : 매일의 일상 속에 두 눈은 흩뿌리고 마음속 귀는 활짝 열어 세상 모든 것이 황홀한 알맹이를 선사하는 순간을 고요하게 치열하게 관찰하고 글로 옮기는 여정을 걷고 있는 지구 관찰자.
김민지 : 일기 쓰기보다 중요한 건 일기 읽기! 기록은 시간이 남아서 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내서 하는 것! 기록으로 뜻밖의 행운을 찾는 기록 클래스 리더.
윤숙희 : 웅크리고 기다리기만 했던 청춘이 아쉬운 만큼 더 많이 해보려고 노력 중. 배우고 기록하면 성장한다고 믿으며 의미 없는 것은 없다는 믿음을 굳히는 사람.
(ㄱㄴㄷ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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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낯선 책방에서 길을 잃어본 적이 있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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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누구나』는 엄마 정옥희와 아들 방태현이 나눈 휴대 전화의 문자, 카카오톡 메시지를 기반으로 한 일러스트가 가미된 에세이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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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엄마는 누구나』를 선택했나?
엄마만큼 익숙하면서 낯선 존재가 또 있을까요. 특히 아들의 시선에서 보면 더욱 그렇습니다. 육아를 하는, 아들이 유치원에 들어갈 즈음이 된 주변 '엄마'들의 이야기 속 아들은 그야말로 엄마의 그림자입니다. 껌딱지이자 자석과 같죠. 엄마를 놓아주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아들에게 가장 친근하고 익숙한 존재는 엄마니까. 귀를 막고 싶다는, 웃음으로 감싼 고통 섞인 푸념도 들립니다.
대략 중학교 입학 때쯤이지 싶습니다. 소년은 갑작스레 남자임을 내세워 어른이 된 것마냥 굴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엄마와의 적당한 거리와 구별되는 공간을 주장하며 아들은 스스로 엄마를 낯선 색으로 칠해 나갑니다. 살가운 대화를 나누며 살을 비비던 과거의 한때가 거짓이었다는 듯.
저자는 추측건대 그렇게 자라나 마침내 부모의 품을 떠날 성인이 됐을 것입니다. 한 명의 사회인으로 삶을 이어가며 홀로 살아갈 공간을 꾸려 더욱 멀어진 저자는 그제야 비로소 깨닫습니다. “아들보다 큰 몸집이었던 엄마가 아들보다 작은 몸집이 되는 순간을 맞이”했을 때(p.6), 낯설어진 엄마는 그저 그 자리에 계속 있었다는 사실을. 익숙함의 소중함을 잠시 놓쳤기에 낯설게 느꼈다는 것을. 당신께서 당신의 자리를 언젠가 떠나게 될 날이 오면 그것이야말로 진짜 두렵고 슬픈 낯섦이 되리라는 것을.
책 전체에 걸쳐 담담하게 펼쳐진 이야기는 바로 이 점을 깨닫게 된 저자의 고백임을 알 수 있습니다. 엄마의 마음을 이해하고 행동에 발맞추며, 여전히 같은 곳에 맺힌 아들을 향한 사랑을 낯설어하지 않고 보듬으며 되돌려주려는 한 아들의 다짐이기도 합니다.
▶닿았으면 하는 사람은?
장성했다는 이유 혹은 가정을 꾸렸다는 이유로 엄마의 존재를 낯섦의 공간에 넣어둔 자녀라면 아들은 물론 딸도 한 번쯤 펼쳐봐야 할 책임이 분명합니다. 어린 기억 속 강인한 엄마의 모습이 지금 옆에 있는 엄마와 다르게 느껴진다면, 그것에서 말미암은 걱정과 당황이 문득 덮쳐온다면 또한 이 책을 열어보시기 바랍니다. 저자의 다짐과 맹세에서 용기와 격려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야기 중간중간 배치된 일러스트의 존재가 엄마께 죄송스러운 마음을 열 숟가락 정도 덜어줘 웃음으로 책을 덮게 도와주는 것은 덤이죠.
▶이랬으면 덜 낯설었을까?
엄마가 되기 전의 엄마의 흔적을 더듬어 보려는 시도가 있었으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풍부한 서사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엄마로서뿐 아니라 한 명의 여자, 그리고 특정 시기를 살아온 한 명의 사람으로서의 다면적인 시각이 더해졌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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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 묘생에 참견을 해보려 해』 책에는 길고양이 마당이와 룩이를 처음 만날 때부터 입양한 이후의 사진이 담겨있습니다. 사진으로 말할 수 있고 읽을 수 있는 마음도 같이 책으로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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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서점 새벽감성1집을 처음 간 날은 추운 날 어두운 저녁이었어요. 주택가 골목에 보이는 빛으로 저곳이려니 짐작하며 걸어갔습니다. 알음알음 독립서점이 생기는 것을 알았지만 막상 문 앞에서 안으로 들어갈 용기를 내지 못했습니다. 새벽감성1집의 문을 열 때도 빼꼼히 문을 밀었어요. 문 안에서 그 빛만큼 따뜻한 낯섦을 경험했습니다.
베스트셀러가 보편적이고 대중적 흥미라면, 독립출판 책은 작가와 독자의 취향을 촘촘히 배려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안에서 낯설기에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관심과 호기심을 발견할 수도 있다는 기대에 설렘이 더해졌습니다.
차혜선 작가님의 ‘너희 묘생에 참견을 해보려 해’ 골랐습니다. 두 딸 외에 또 다른 생명을 키운다는 것은 상당히 부담스럽습니다. 그녀는 왜 한두 마리도 아니고 네 마리나 되는 고양이를 키우는지 궁금했습니다. ‘그나마 누가 호구인지 알아채는 능력은, 역시 길고양이의 생존 본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를 보며 그녀가 고양이를 키우는 것을 결심했다가 아니라, 길고양이가 집사로 그녀를 골랐다는 표현이 흥미로웠습니다.
이 책의 타 독자는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일 것이라 짐작해 봅니다. 혹은 고양이를 키워보고 싶은 누군가에게 미리 그 삶을 엿보게 할 수 있는 책이기도 합니다. 아이들이 애완동물을 키우고 싶다고 해서 호기심에 책을 펼쳐보았습니다.
타운 하우스에서 그녀의 공간 안에 길고양이를 위한 밥을 주는 것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는 이웃의 문자를 받고 많은 생각이 오고 간 에피소드가 가장 기억에 남았습니다. 예상하지 못한 고양이가 재활용 휴지통을 뒤지며 주변을 더럽히는 것을 못 견딘 이웃이 문자를 보냈습니다. 시간이 지나자, 그녀의 마음이 바뀌었습니다. 3주나 되는 시간을 참고 견뎌준 이웃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졌습니다. 저라면 옹졸하게 고양이를 원망했을 텐데 말이죠. 인생에서 자주 겪는 간발의 차로 마음이 상하는 일들에 대한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삶과 긴밀한 이야기를 가볍게 다루는 글에 책 읽는 속도도 빨라집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책의 높은 흡입력과 달리 핑크색 겉표지가 매력적으로 느끼지 않아서 선뜻 손이 가지 않았습니다. 만약 핑크색 표지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지나쳤더라면 이 책을 만나지 못했을 것 같아 아쉬움이 컸을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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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도서전에서 발견했던 zine은 이전에 접한 책과는 확연히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빼곡히 채워진 글이 아니라, 누군가의 삶과 취향이 녹아든 일기장 같은 형식을 띠고 있죠. 여행 후 스크랩북을 채우던 순간이 떠오릅니다.
▶왜 zine에 눈길이 갔을까?
제가 추구하는 일기 작성 스타일과 취향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1년간 글쓰기 모임을 진행하며 다양한 유형의 기록을 엿볼 수 있었는데, 늘 다른 이의 기록을 보며, 필자의 일기장엔 글이 부족하다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 글이 아닌 영수증, 명함과 같은 지류 수집도 기록의 한 부분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또한 한 번쯤은 나만의 이야기를 책으로 만들어보고 싶다는 용기와 욕심이 생겼습니다.
스크랩 방식으로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그것이 다른 이들과 연결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zine은 단순한 독서를 넘어, 독자들에게 창작의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만약 zine을 누군가에게 선물한다면?
매일 일기를 쓰고자 하지만 작심삼일로 끝나는 사람, 2025년엔 꼭 일기장 한 권을 채우고 싶다는 다짐을 한 사람, 자신의 조그만 취향을 하나의 책으로 만들어보고 싶은 사람에게 선물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책은 그들에게 용기를 주고, 자신만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데 도움을 줄 것입니다. 소중한 순간을 잊지 않고 담아내고 싶은 모든 이들을 위한 특별한 가이드가 될 것입니다.
▶앞으로 내 바람은?
zine이라는 표현이 아직 많은 사람에게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입니다. 그래서 해 오아시스 덕질노트와 같은 개인의 취향을 담은 zine이 더 많이 알려지고 사랑받을 수 있도록 소개하고 싶습니다. 다양한 이들이 자신의 취향을 표현할 수 있는 zine을 만들고 공유한다면, 그 속에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연결고리를 찾을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이런 시도가 더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참여를 끌어내, zine 문화가 더욱 활성화되기를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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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월간 독립출판'은 객원 에디터님들과 함께 이야기를 꾸려 나가려고 합니다. 새벽감성1집 독립서점에서 발행하지만, 새벽감성1집에 없는 책도 소개합니다. 이미 절판인 도서와 신간 도서를 섞어 소개할 예정입니다. 때로는 여러 독립서점 이야기도 전해드립니다. 에디터님들과 함께 만들어질 '월간 독립출판'을 기대해 주세요!
다음번엔 당신의 취향을 소개할 거예요!
월간 독립출판은 다음 달에도 계속 이어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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