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2월 월간 독립출판 '월간 독립출판' 열아홉 번째 편지
독립서점 '새벽감성1집'과 객원 에디터 5인이 함께 만드는 이메일 뉴스레터입니다.
구독하시면 이메일로 매달 1일 새로운 뉴스레터를 받으실 수 있습니다. |
|
|
책으로 '직업' 이야기를 만난다면 어떤 직업이 궁금하세요? |
|
|
우리의 두 번째 뉴스레터는 모여서 하나의 키워드를 정하고, 각자의 방식대로 키워드에 어울리는 책과 형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기로 했습니다. 모이기 전엔 서로 생각하는 키워드가 다양했지만, 이야기하다 보니 결국 하나의 키워드로 연결되는 것을 느꼈어요. 바로 '직업'이라고. |
|
|
같은 키워드라도 각자의 취향에 따라 떠올리는 책이 다릅니다. 우리는 '직업'이라는 키워드를 떠올렸지만, 누군가는 의사, 누군가는 기획자, 누군가는 공간 운영자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각자 꼽은 책을 소개하는 방법도 서로의 취향에 따라 달랐습니다. 누군가는 독후감을, 누군가는 인터뷰를, 누군가는 캘리그래피를 선택했습니다. 같지만 다른 우리의 생각, 다르지만 하나의 키워드로 연결되는 이야기. 지금부터 만나 주세요! |
|
|
강성욱 : 매일의 일상 속에 두 눈은 흩뿌리고 마음속 귀는 활짝 열어 세상 모든 것이 황홀한 알맹이를 선사하는 순간을 고요하게 치열하게 관찰하고 글로 옮기는 여정을 걷고 있는 지구 관찰자.
차혜선 : 삶은 누구나 만만치 않지만, 그럼에도 연민과 연대의 마음을 붙드는 글을 쓰겠다고 다짐하는 사람. 『서른 번의 하루, 감정을 말하다』, 『나는 서툰 계절에도 피어난다』, 『옆자리 사람인데요, 고민이 있어요』에 공동 저자로 참여하였고, 『너희 묘생에 참견을 해보려 해』를 집필했다.
홍지혜 : 감정이 흐르는 대로 그리고, 일상을 기록하는 아카시아. 낮엔 일을, 퇴근하면 글을 쓰고 모던 아트, 손 글씨를 그린다. 『서른 번의 하루, 감정을 말하다』 등을 공동 집필했다.
(ㄱㄴㄷ순) |
|
|
『아, 맞다. 내가 진료 중이었지?』는 정신과 의사가 ADHD와 우울증을 앓았던 경험을 바탕으로 쓴 따뜻한 내용의 에세이 모음집입니다.
정신과 의사가 겪은 이야기, 환자들에게 배운 교훈들이 담겨 있습니다. 어리버리한 정신과 의사의 비밀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지금 이 책을 펼쳐 주세요! |
|
|
🐥 표지나 제목만 보고도 끌리는 걸 넘어서 꼭 읽어보리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책이 그런 책이었습니다. 노란 표지에 곰인지 토끼인지 모를 귀요미가 어리바리한 표정을 짓고 있는데, 또 제목은 심상치 않았습니다. 정신과 의사의 비밀 일기라니요. 정신과 의사의 본인 얘기를 듣거나 읽어본 적이 있었는지 생각이 나지 않았습니다.
🐥 책을 읽기 전에는 정신과 의사를 지원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었을까, 다른 전문의와 다를 것 같은 학업 과정과 레지던트 과정의 흥미진진함을 엿볼 수 있겠지, 아니 개원은 어떻게 하게 되었을까, 환자들이 많이 올까 등 아주 현실적인 궁금함이 있었습니다. 그래, 그랬죠. 다소 평범하지 않은 직업을 가진 분의 에세이라니, 속물적인 궁금함은 어쩌면 저의 순수한 질문이자 설렘이었다고 할까요. 결론적으로 저의 음흉한 기대에 부응하는 이야기는 하나도 없었어요.
🐥 대신 이 책은 정신과 의사의 전형적으로 차갑고도 이성적인 모습이 아닌, 조금 다른 모습을 말합니다. 작가님 표현대로라면 뒤쪽 책날개에 나온 xx하고 xxxx한 의사의 모습이요. (정답은? xx에 들어가는 단어가 궁금한 분은 책 본문 전체와 끝맺는 글에 나와 있어요.) 정말 솔직히 말하면, 작가님이 이러셔도 괜찮나 싶었어요. ADHD와 우울증, 일상의 모습을 까발리는 자기 모습에 환자가 신뢰를 안 가져서 줄어들면 어쩌나 하는 그런 걱정이요. 그런데 작가님 표현대로 아파야 설움을 알고, 환자의 설움을 아는 의사의 성실과 노력은 분명 공감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 책에 나온 끝 맺는말처럼 결국 이 일기는 정신과 의사뿐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일상이라는 마음이 들었어요. 정신과 의사의 직업이 왜 결국 우리의 일상이 되는지 궁금한 분들에게 권합니다. 책에 나온 부분 중 나 또한 항상 마음에 놓고 있던 부분을 요약하며 그 이유를 말씀드려요. 삶은 너무도 복잡해 정답이라는 게 있기보다, 그저 우리는 서로를 들려주고 들어줌으로 각자의 마음에 흔적을 남기며 삶을 빛내니까요
|
|
|
인간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일정 시기를 거쳐, 삶을 유지하기 위해 일을 합니다. 물론 어떤 이의 삶은 예외나 변수가 있겠지만, 그렇다고 아예 일을 하지 않는 것을 아닐 겁니다. 예를 들면, 책을 읽는 행위 자체가 일이 될 수 있어요. 꾸준히 운동을 하는 직업도 있어요. 어떤 종목인지는 모르겠지만요. 어쩌면, 숨을 쉬는 것조차 누군가에게는 ‘쉽지 않은 일’일 겁니다. 이렇듯 ‘일’의 정의도 종류도 정말 다양해졌습니다.
일을 하며 겪는 상황은 늘 같지는 않지만, 상황에 따라 감정이입도 하고요. 억울해서 괜히 혼자 울기도 하고, 고용한 사람 또는 직장 상사에게 심술이 나서 입술이 일터 문밖까지 튀어 나가기도 합니다. 그렇게 뺀질거리다 보면, 어느새 엉덩이에 뿔이 자라나기라도 한 양 가시방석에 앉아 있다는 감각에 지배당합니다. 무안하지요. 이 감각에 오래 지배되어 있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도 있어요. 이 무안함이 금방 사그라지지 않고 지속된다면, 어느새 상대가 신경 쓰이고, 화는 나지만 내심 미안해져요. 참 버겁습니다. 상대가 평소에 자주 보거나 가까운 사람일수록 더욱 그런 감정에 얽히는 것 같아요. 우리는 왜 서로에게 미안해할까요?
저는 이번에, 누구나 작가님의 <안 미안해서 미안해>를 읽어보았어요. 누구나 작가님께서 누구보다 가까울 존재 ‘엄마’와 함께 카페를 운영하게 된 시작과 과정을 여러 에피소드를 만화로 그려내신 책입니다. 그리고 카페 운영 이야기에 걸맞게 아이스 커피 컵을 간단하고 귀엽게 표현한 책 외관에서부터 이미, 커피를 좋아하는 제 취향을 저격했습니다. 2023년에 개정판으로 인쇄된 이 책을, 저는 2024년 어느 북 페어에서 만났습니다. 평소에 저는 제 어머니와 친구처럼 지내왔지만 자주 다투기도 하고, 잔소리도 많이 듣는 사이예요. 그래서 이 책은 제게 공감과 뉘우침을 줬어요. 고구마를 줬다가 사이다를 줬다가 했답니다. ‘현실 모녀’ 이야기라고 해도 될 것 같았어요. 누군가의 딸이 아닌 아들이라 해도 이 책은 꽤 많은 흥미를 줄 거예요. ‘엄마’는 누구에게나 ‘엄마’니까요.
이렇듯 고유 명사와 같은 가까운 존재와 함께하면, 심지어 그게 ‘일’과 엮인다면, 사실은 미안할 일이 생겨도 크게 미안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그다지 미안해하지 않아도 될 일인데 너무나 큰 죄책감으로 돌아오기도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작가님은 이 책의 제목을 <안 미안해서 미안해>라고 지은 게 아닐까요. 평생 미안하고 감사해야 하는 ‘일’이 우리에겐 참 많지만, 그 일이 어렵다고, 쉽지 않다고 너무 속에 담아두지 말아요. 미안해하지 않아도 될 사람에게 언젠간 미안해할 용기를 내보셨으면 해요. 그리고 미안한 일을 잘 내려놓았다면 이제 이렇게 말하는 거예요. “고마워요”라고요! |
|
|
질문 1. 작가님의 소개를, 자신을 묘사할 수 있는 형용사와 함께 한 문장으로 부탁드릴게요.
: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답하며 자신만의 기준을 만들어가는 자기다움 기획자, 글말랭입니다.
질문 2. 책 내용을 보면, 직업 선택을 여러 차례 겪으면서 여러 역경과 고난의 시간을 겪으셨을 것 같은데요. 가장 힘들었던 시간이 언제였나요?
: 공무원을 그만두고 난 후가 가장 힘들었어요. 그때는 하루하루가 나를 부정하고 질책하는 시간의 연속이었거든요. "나는 왜 남들처럼 적당히 만족할 수가 없나?", “나는 왜 이렇게 생겨먹었나?”라며 끊임없이 스스로를 원망했어요.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깨달았죠. “내가 데리고 살아야 할 존재는 결국 나다.”
살고 싶었어요. 정말 몸서리치게 살고 싶었죠. 그래서 다른 사람처럼 살지 못하는 걸 탓하기보다는, 나라는 존재를 인정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그러자 자연스럽게 “그럼 이제 나에게 맞는 삶의 방식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로는 더 이상 "왜 나는 남들처럼 될 수 없나?"라는 질문은 하지 않게 됐어요. 대신, "내가 가진 것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내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 “내가 원하는 삶은 무엇인가?” 같은 질문들을 하며 나에게 집중하게 되었죠. 결국 나는 그냥 나일 뿐이고, 그 사실을 받아들이면서부터 제 삶이 조금씩 단단해졌어요.
질문 3. 책에서 5부의 첫 번째 글의 제목이 '올바른 답은 올바른 질문에서' 입니다. 첫 직업을 혹은 새로운 직업의 탐색과 선택을 앞둔 분들께 직업 선택에 관한 올바른 질문을 던지는 것에 대해 조언을 주신다면 어떤 조언을 주시겠어요?
: 저는 일단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좋아하는 일을 찾기 위해 가장 먼저 스스로에게 해볼 만한 질문을 소개해 드리고 싶어요.
“좋아하는 일을 적어보라.”라는 말만 들어도 숨이 턱 막히는 경험, 한 번쯤은 있으실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왜 우리는 좋아하는 일을 마구잡이로 적어내지 못할까요? 저는 좋아하는 일에 대한 “필터”가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일종의 고정관념 같은 거죠. 내가 가진 필터가 무엇인지 나열해 보고, 거기에 모순이 있지는 않은지 점검해 봐야 해요. 제가 가지고 있던 필터 중 하나를 소개해 드리자면 “좋아하는 일은 돈이 안 돼.”인데요. 이 필터가 있으니까 좋아하는 일을 적어보라는 말을 들었을 때 무의식적으로 “돈이 될 만하다고 여겨지는 일” 중에서 “그나마 좋아하는 일”을 떠올리게 되더라고요. 이 필터에서 제가 찾았던 모순은 2가지인데요. 일단, 저는 제가 좋아하는 일이 뭔지도 모르고 돈이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더라고요. 말이 안 되지 않아요? 좋아하는 일이 뭔지도 모르지만 하여간 좋아하는 일은 돈이 안 된다라... 어떻게 봐도 말이 안 되더라고요. 그리고 두 번째는 “좋아하는 일로 돈을 벌 수 있는 능력을 기를 기회를 스스로에게 줘본 적은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회사에 다닐 당시의 저도 뭐 특출난 재능이 있어서 그 일들을 하게 되었던 게 아니라, 다 공부하고, 전공도 하고, 일하면서 익숙해지고 이렇게 노력해서 그 정도로 먹고 살 수 있었던 거잖아요. 그러니까 “좋아하는 일도 그 정도는 노력을 해보고 난 뒤에 돈이 된다 안 된다 이야기를 해야 하는 게 아닐까?”라는 결론에 이르고 나니까 비로소 좋아하는 일을 마구잡이로 더 많이 적어볼 수 있게 되더라고요.
좋아하는 일을 찾고 싶으시다면, 일단 내가 가진 “좋아하는 일”에 대한 필터 즉, 고정관념들을 나열해 보시고, 이게 정말 모든 상황에서 사실인가?, 예외가 있지는 않나?, 나에게도 해당이 되는 말인가? 하는 질문들을 해보며 모순점을 찾아보시기를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질문 4. 일 혹은 직업을 탐색하고 선택하는 과정을 통해 '나는 누구인가'를 치열하게 고민하신 것으로 느껴집니다. 책의 부제도 '나에 관한 모든 것을 치열하게 고민하는 여정'이라고 하셨어요. 관점을 바꿔서, 자아를 찾는 방법으로 일 혹은 직업을 선택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 나에 대해 고민하는 수단으로 일을 선택했다기보다는 나에 대한 고민의 시작이 일이었어요. 그전까지는 “나만의 기준”에 대해 고민해야 할 필요성을 전혀 못 느끼고 살았거든요. 저는 하라는 거 하고, 하지 말라는 거 안 하는, 겁도 많고, 순종적인 학생이었어요. 그리고 그렇게 사는 데 크게 불만도 없었고요. 그런데 일을 시작하고 보니 “남들이 말하는 적당함이 내게는 아닐 수도 있다.”라는 사실을 처음 마주하게 된 거에요. 그렇게 “나만의 기준”의 필요성을 느끼고 나에 관한 모든 것을 치열하게 고민하는 여정을 시작하게 된 거죠.
우연하게도 일이 제 여정의 출발점이 되었지만, 저는 삶에 대한 나만의 기준을 세울 때 일이 가장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일은 생계수단이기도 하지만 각자에게 주어진 하루 중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저는 단순히 근무 시간뿐만이 아니라, 출근 준비와 통근시간들까지 다 “일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일에서 의미나 가치를 찾지 못해 근무시간이 끔찍해지면 “일을 하기 위해 쓰는 시간”도 처참해지더라고요. 그렇기에 일을 선택 할 때 단순히 생계수단으로서의 가치만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더 근본적인 질문과 맞닿아 있어야 하고요.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 “나는 무엇으로 어떤 가치를 창출하며 누구와 나눌 것인가?”와 같은 질문들이요. 결국 “어떤 일을 할 것인가”에 대답하다 보면 “어떤 삶을 살 것인가”를 생각하게 되거든요. 내 하루 중 가장 많이 차지하는 “일”부터 “나만의 기준”을 만들어 나가는 게 효율적이지 않을까요...? (극한의 효율을 추구하는 ESTJ의 답변이었습니다.) |
|
|
2025년 '월간 독립출판'은 객원 에디터님들과 함께 이야기를 꾸려 나가려고 합니다. 새벽감성1집 독립서점에서 발행하지만, 새벽감성1집에 없는 책도 소개합니다. 이미 절판인 도서와 신간 도서를 섞어 소개할 예정입니다. 때로는 여러 독립서점 이야기도 전해드립니다. 에디터님들과 함께 만들어질 '월간 독립출판'을 기대해 주세요!
다음번엔 당신의 취향을 소개할 거예요!
월간 독립출판은 다음 달에도 계속 이어집니다! |
|
|
'월간 독립출판'에 소개되고 싶은 작가나 도서가 있나요?
책방이라면 소개되면 좋을 행사가 있나요?
독립출판에 관련된 이야기라면 어떤 것도 환영합니다!
'월간 독립출판' 제보 및 문의는 아래 메일로 부탁드립니다. dawnsensebook@gmail.com
수신거부 Unsubscribe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