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선
요즘 다들 어떻게 지내셨나요? 어떤 감정으로 살고 있고, 어떤 책을 읽고 어떤 글을 쓰셨나요?
💜 혜선
그냥 삶의 나 스스로에게 다정하기 위해서, 그리고 가족과 주변 사람에게 다정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 예민해지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그래서인지 요즘 책을 잡식으로 읽고 있어요. 소설이나 문학, 인문 에세이와 철학, 브랜딩, 과학책 등등 정말 편식이 없었네요.
💙 민지
저는 기록에 관련된 콘텐츠와 모임을 만들다 보니까 연말연시는 늘 바쁘거든요. 그런데 2024년 말과 2025년 초에는 여러 사건으로 인해 조용하게 흘렀어요. 개인적인 일도 있었고, 사회 분위기도 어수선하다는 이유였어요. 자의든 타의든 하고 싶은 것들을 하지 못하게 되면 정이 떨어질 법도 한데, 저는 또 일기 이런 걸 찾고 있어요. 그래서 이번에 내가 기록하고 일기를 쓰는 걸 정말 좋아하는구나 느꼈습니다. 전에 <매일의 영감 수집>이라는 책을 읽고 작은 것에서도 영감을 발견하는 그런 습관을 들이려고 하는데요, 그래서 계속 사소한 것들 사이에 다이어리에 기록하고 싶은 것들을 찾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 혜선
저도 <매일의 영감 수집> 그 책 알아요! 요즘 읽고 있는데, 3분의 1 정도 읽은 것 같아요. 그 책 읽고 제가 가진 물건들을 버리기 전에 꼭 사진이라도 찍는 습관을 들여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어쨌든, 저는 2월 말에 수술이 잡혀 있어요. 수술이 처음도 아닌데, 최근에 사고가 많았잖아요. 그래서 앞으로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세상에 살고 있는 느낌이에요. 아침마다 매일 다시 태어났다고 생각하며, 오늘부터 다시 시작하자고 생각만 백만 이천몇 번째 하는 것 같아요.
🧡 지선
두 분 모두 불안정한 상태고, 마음이 무너질 수 있는 상황에서도 책과 글 속에서 마음을 다잡고 있는 것 같아요! 저도 요즘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 사이, 새로운 도전을 할까 말까 그런 감정이거든요. 그렇다면 본론으로 들어가서, 오늘 우리 앞에 있는 이 책 중에서 지금 우리 상황을 생각하며 책을 살펴볼까요?
💜 혜선
여러 책 중에서 <다섯 번째 유서> 이 책이 저는 굉장히 신선했어요. 이 책은 경계성 장애랑 자살을 시도했던 분의 글이니까 우울한 책이라고 생각했는데, 우울한 책이 맞긴 하지만, 저자가 뭔가 굉장히 독특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자살하려고 했는데 한강 다리 난간이 높아서 할 수 없다든지, 집값 내려갈까봐 주민들을 생각해 하지 못한다든지 이런 생각을 하는 거예요. 그리고 정신병원에 입원했을 때도, 다른 환자들을 보면서 무섭다고 하는 그런 생각들이 짠하면서도 재밌다고 해야 할까요.
💙 민지
저는 <다섯 번째 유서> 책을 읽기 전에 저자 정보를 먼저 봤는데 02년생이었어요. 저와 비슷한 또래라 더 궁금하더라고요. 특히나 대학교에 무조건 들어가야 한다는 걸 생각하면서 썼다고 하는 점이 신기한 포인트였어요. 저도 제가 좋아하는 것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서, 요즘 제 상황을 떠올리게 하는 그런 책이었습니다.
그리고 여기 있는 책들 중에서 만약 지금 겨울의 시작이었다면 이 책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을 거라고 생각한 책이 있는데요, 바로 <쥐꼬랑지>에요.
💜 혜선
저도 사실 책 고를 때 표지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해요. 그래서 예전에 문제집 고를 때도 항상 표지를 보고 골랐죠. 그리고 또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제목이에요. 제목이 좋으면 또 막 끌려요. 독립출판물은 작가를 보고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지 모르는 작가의 책 중에서 관심 있는 책을 고르는 것이잖아요. 그래서 제목이 좋아야 일단 손길이 가는 것 같아요. 그런 의미로 제목이 가장 끌린 책이 <다섯 번째 유서>여서 가장 먼저 집어 든 것 같아요.
💙 민지
맞아요. 표지도 중요하지만 제목도 중요해요. 저는 제목만으로 끌리는 책을 고르라면 <사랑하고 있는 것들을 기록합니다>에요. 아무래도 ‘기록’이라는 단어 때문일 것 같아요. 물론 표지의 사진도 마음에 들었어요.
💜 혜선
맞아요. 사진이 있는 표지! 저는 얼핏 보면 비슷한 것 같지만, 완전히 다른 느낌의 책 <사랑이 아니면 무엇이겠니> 책의 표지 사진도 마음에 들어요. 조금 더 감성적인 느낌이랄까요.
🧡 지선
본문에도 사진이 함께 담겼다는 점이 두 책의 공통점이기도 하죠. 그러다 보니 글만 읽는 것이 부담인 분들에게 더 추천할 수 있는 책들이기도 합니다. <사랑이 아니면 무엇이겠니> 책은 조용하게 카페에 앉아 고요한 시간을 보내며 읽기 좋았어요. 다만 <사랑이 아니면 무엇이겠니> 책은 좀 더 빈티지한 느낌이라면, <사랑하고 있는 것들을 기록합니다>는 선명한 느낌이 들었어요. 그래서 <사랑하고 있는 것들을 기록합니다> 책은 책상에 앉아 읽기 좋다고 해야 할까요.
💙 민지
표지 이야기를 하니까, 저는 제 취향에 또 맞는 책은 <여전히 못난 마음이지만> 책이에요. 사실 제목이 막 끌리거나 하진 않은데, 표지 느낌이 단순해서 좋은 것 같아요.
💜 혜선
저는 <여전히 못난 마음이지만> 책은 표지나 제목이 아닌 내용이 끌렸던 것 같아요. 다정해지고 싶고, 뾰족한 마음을 덜어내고 싶은데, 이 책이 제 감정과 닮아 있어서 그런 것 같아요. 저에게 맞는 책 같은 느낌입니다. 이제 다음 주 입원을 하게 되는데 한 권의 책을 가져가라면 <여전히 못난 마음이지만> 책을 가져갈 것 같아요. 그리고 또 하나 더 고르라면 <사랑하고 있는 것들을 기록합니다> 책도 가져가고 싶고요.
💙 민지
저도 뭔가 하나의 책을 가져가야 하는 상태라면, 영감이 되는 책을 고를 것 같아요. <도대체 난 뭘 좋아해?> 이 책이 여기 있는 책 중에서 제 영감을 가장 채울 수 있는 책이 아닐까 생각해요. 사실 누가 “취미가 뭐예요?”라고 묻는 것 자체가 누군가에겐 부담일 수 있는 세상이거든요. 꼭 취미가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니고, 사적인 것을 아무렇지 않게 물어보는 것도 그렇고요. 그런데 또 요즘에 무기력증이 엄청 많다고도 해요. 취미가 없어서 무기력한 것은 아니겠지만, 진짜 우리 주변에 제일 많은 고민을 하는 것이 어쩌면 ‘취미’일 수도 있겠다 생각을 해서 이 책을 읽으며 제 영감을 채우고 싶었어요.
💜 혜선
그러게요. 요즘 좋아하는 거 없고 뭐 좋아하는지 모르겠고, 약속도 없고 하는 사람들 많은데요, 그런 게 꼭 나쁜 것도 아닌데 그런 상태로 있다는 것을 주변에서 무기력하게 보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했어요.
🧡 지선
저도 <도대체 난 뭘 좋아해?> 책을 읽고 적은 메모가 ‘무기력한 사람이 읽으면 힘이 날 책’이었어요. 이 책 읽고 뭐 안 찾아도 지금 있는 그대로 살아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취미를 더 가져야지라는 생각이 아니라, 지금 이대로 나쁘지 않다고 느꼈어요.
💙 민지
어쩌면 그 말이 가장 큰 위로의 말이 아닐까요.
💜 혜선
만약 여기 중에서 위로의 책을 또 하나 고르라면 저는 <쥐꼬랑지>를 고르고 싶기도 해요. 이 책은 작고 얇아서 부담 없는 느낌이기도 하고요, 핸드백에 쏙 넣어 다닐 수 있어서 좋은 책이기도 한데요, 희망적인 이야기이기도 하고, 꿈에 대한 이야기인데 여기 책들 중에 유일한 소설이어서 매력이 느껴졌어요.
🧡 지선
이 책은 꿈을 포기하고 싶지 않은 분들에게 권하는 책인데요, 그러다 보니 3월을 앞두고 새롭게 시작하는 이 시기에 많은 분들이 찾으시는 것 같아요. 지금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왜 최근에 이 책들이 누군가의 선택을 받은 것인지 알 것 같아요. 표지에 끌리거나 제목에 끌리거나 내용이 좋거나 삶의 영감을 주거나... 뭔가 엄청난 변화를 주지 않더라도 우리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들이 있다는 생각입니다.
정말로 여기 있는 책들이 다 매력이 넘치네요! 그렇기 때문에 딱 한 권의 책을 고르는 것이 쉽지 않다는 생각이지만, 이야기는 충분히 했으니, 객관적인 시선 말고, 정말 그냥 주관적인 느낌으로, 지금 우리의 감정 그대로 딱, 3월의 새로운 시작 앞에 읽고 싶은 한 권의 독립출판물을 선택해 볼까요?
하나
둘
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