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4월 월간 독립출판 '월간 독립출판' 스물한 번째 편지
독립서점 '새벽감성1집'과 객원 에디터 5인이 함께 만드는 이메일 뉴스레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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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네 번째 '월간 독립출판'은 '봄'이라는 큰 주제 속에 하나의 키워드를 정해 각기 좋아하는 책을 엮기로 했습니다. '봄'이라는 주제는 우리에게 어떤 키워드들을 주었을까요? 그리고 그 이야기의 접점은 무엇이었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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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떠올리면 무엇이 생각나냐고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느새 꽃과 음악과 여행을 말하고 있었습니다. 화사하고, 싱그럽고 설레는 그런 감정들을 모은 것이 바로 '봄'인가 봅니다. 그리고 그 설렘을 만날 수 있는 마음속 책을 각자 1권씩 추천하기로 했습니다. 꽃과 음악과 여행의 이야기가 담긴 독립출판은 많지만, 우리가 선택한 책들은 각자의 추억과 여행, 일상에서 마음에 와닿은 것들이지요. 새로운 계절의 변화에도 마음속에 여전히 머무는 지난 계절의 추억이 담긴 책들을 소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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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욱 : 매일의 일상 속에 두 눈은 흩뿌리고 마음속 귀는 활짝 열어 세상 모든 것이 황홀한 알맹이를 선사하는 순간을 고요하게 치열하게 관찰하고 글로 옮기는 여정을 걷고 있는 지구 관찰자
윤숙희 : 웅크리고 기다리기만 했던 청춘이 아쉬운 만큼 더 많이 해보려는 중. 배우고 기록하면 성장한다고 믿으며 의미 없는 것은 없다는 믿음을 굳히는 중
홍지혜 : 감정이 흐르는 대로 그리고, 일상을 기록하는 아카시아. 낮엔 일을, 퇴근하면 글을 쓰고 모던 아트, 손글씨를 그린다. 『오늘도 맑음, 나랑 산책할래요?』 등을 공동 집필했다.
(ㄱㄴㄷ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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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왔지만 여전히 봄을 그리워할 때
홍지혜 에디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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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겨울은 유난히 추웠습니다. 그리고 기다리던 초봄이 찾아왔어요. 하지만 따뜻해야 할 3월엔 날짜만 봄이지, 매년 찾아오는 ‘꽃샘추위’마저 이번에 역대급 추위를 달성했죠. 어김없이 찾아온 꽃샘추위에, 추위만 찾아온 게 아니었습니다. 각 지역에서는 눈이 내리기도, 눈을 뜨기 힘든 강풍이 불기도 했습니다. 3월 말이면 거리 여기저기에 봉오리를 맺고 피기 시작했어야 할 봄꽃이나 들풀이 통 보이지 않았어요. 4월이 되었는데 만발해야 할 꽃들이 이제 막 피어나기 시작해서, 여전히 아쉬운 마음을 달래기 위한 책이 한 권 떠올랐어요. 2024년에 방문했던 ‘퍼블리셔스 테이블’에서 표지를 보고 한눈에 반해 구매했던 『꽃마리』라는 책이었습니다.
『꽃마리』 책은 ‘꽃마리’의 생김새와 생태에 대해 읊어주는 작은 식물책입니다. 식물생태학자 안선영 님의 글과 디자이너 이수연 님의 그림이 실려있어요. 이 책이 두 작가님의 네 번째 작은 식물책이라고 해요. ‘제비꽃, 민들레, 냉이, 꽃마리’ 시리즈가 있어요. 저는 그중에서 귀여운 하늘색 ‘꽃마리’가 그려진 표지를 발견하고 관심이 생겨서 책을 향해 다가갔는데, 부스에 계시던 그림 작가 이수연 님께서 살갑게 맞이해 주셨었죠. 제가 ‘2023년에 꽃마리를 주제로 그림을 그려 그룹 전시에 참여한 적이 있어서 이 꽃의 이름과 생김새에 흥미가 있다’라고 말씀드렸더니, 그 자리에서 십여 분을 식물책에 대해 열심히 설명해 주셨어요. 작가님 덕분에 ‘꽃마리’라는 들꽃에 대한 즐거운 추억이 늘었어요!
이렇듯, 사람은 이미 본 적이 있는 것을 종종 떠올리곤 합니다. 하지만 때로는 반대로 아직 찾아오지 않은 것들에 대해 떠올리기도 하는 것 같아요. 아직 피지 않은 들꽃의 생김새를 떠올리며 문득 그리워하는, 봄이 찾아왔지만 여전히 봄 날씨를 그리워하는 요즘처럼요. 이 책에는 한 장의 편지지가 함께 들어있는데요, 그 편지지를 글 적는 면으로 뒤집으면 “꽃마리를 보니 ______ 생각이 났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혀있어요. 저는 ‘꽃마리’를 보고 싶어질 때마다 꽃의 생김새와 생태가 점점 소중해지고 있어요. 만나게 될 날이 기다려지기도 해요. 2023년에 참여했던 그림 전시의 추억도 새록새록 떠오르고요. 이렇듯 그리움의 형태는 정말 다양하네요.
여러분은 봄을 맞이하며, 또는 지금 이 시간을 보내며, 어떤 생각을 떠올리고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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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품고 흐르는 시간의 조각
강성욱 에디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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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오늘은 무슨 음악』은 7명의 영화와 음악을 사랑하는 작가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입니다.
디지털보다 아날로그가 익숙하던 시절, 수많은 잡음들도 받아들이며 음악을 듣던 시절을 쓴 이야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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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어느 봄날의 노래가 다시 흐르면, 그날의 햇살과 바람, 웃음과 눈물까지 고스란히 되살아나 우리를 어루만져줍니다. 기억을 품고 흐르는 시간의 조각, 음악. 이렇게 『그래서 오늘은 무슨 음악』을 펼쳐 봅니다.
음악은 우리의 삶을 관통하는 가장 강력한 예술 중 하나입니다. 특정한 노래를 들으면 과거의 한순간이 생생하게 떠오르고, 감정이 되살아나죠. 『그래서 오늘은 무슨 음악』은 바로 이러한 음악과 인생의 교차점을 탐구하는 책이라 볼 수 있습니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단순한 음악 감상기 혹은 소개 글이 아니라, 노래를 매개로 한 개인적인 서사가 담겨 있다는 점입니다. 노래 한 곡이 단순한 멜로디 이상의 의미를 가지는 순간들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첫 번째 챕터를 풀어나가는 김경현 작가는 과거, 홍대에서 음악 공연을 보고 막차가 끊겨 집으로 걸어오는 일이 자주 있었다고 소개하는데요. 그 당시 “세 시간 정도를 걸어야 집에 도착했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즐거웠다.”(p.16)고 술회합니다. 또한 음악을 통해 얻은 작은 행복과 깨달음을 독자에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내 삶을 채우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때 작은 행복을 깨닫는다…(중략)...내가 사랑하는 음악을 당신도 들어주었으면 좋겠고.”(p.18)
이처럼 책은 한 사람의 인생 속에서 음악이 가지는 다양한 역할을 탐색합니다. 기쁨과 슬픔, 사랑과 상실의 순간마다 음악이 존재했고, 그 음악이 각자의 기억 속에 어떻게 자리 잡았는지를 작가들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풀어내고 있죠.
이 책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자신의 기억 속에 자리한 노래들을 떠올리게 됩니다. 나에게도 특정한 순간을 떠오르게 하는 노래가 있을까? 내가 가장 힘들었을 때 곁에 있던 음악은 무엇이었을까? 그렇게 책은 독자가 자신의 경험을 돌아보도록 유도하면서 책을 읽는 순간만큼은 현실의 무거움과 괴로움으로 인해 잊고 있었을 행복과 즐거움, 웃음과 기쁨을 느끼게 도와줍니다.
음악은 개인적인 동시에 보편적인 경험이기도 합니다. 같은 노래라도 누군가는 첫사랑의 기억을 떠올리고, 또 다른 누군가는 부모님과의 따뜻한 순간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이 책은 그러한 차이를 보여주면서도, 결국 모든 사람이 음악을 통해 감정을 공유할 수 있음을 이야기합니다.
책을 덮고 나면 아마도, 자신만의 플레이리스트를 각자 들어보게 되지 않을까 상상해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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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로잉 파리-파리에서 한달』 책은 작가가 파리에서 한 달을 보내며 기억하고 싶은 순간과 사람을 그리고 쓴 책입니다.
연필, 색연필, 과슈, 아이패드 등 여러 재료로 사용해 만든 파리의 이야기를 책으로 만나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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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왔어요. 푸르른 잎이 돋는 봄이 오면 추운 날 웅크렸던 몸이 펴집니다. 봄에는 무언가 새로운 일이 생길 것 같아 설레요. 설렘을 만끽할 수 있는 또다른 것은 여행이지요. 언젠가 느긋하게 1년을 머무르며 프랑스의 미술관을 돌아보는 것이 저의 버킷리스트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새벽감성1집에 진열된 윤영 작가님의 『드로잉 파리-파리에서 한달』 책이 눈에 확 들어왔어요. 『드로잉 파리-파리에서 한달』 책은 1년 전부터 에어비앤비로 숙소를 예약해서 혼자 오롯이 프랑스 파리에서 한 달을 지낸 이야기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로맨틱한 시간을 꿈꾸는 파리에서 한 달이라는 긴 시간을 누리는 그녀의 이야기가 궁금했습니다. 즐겨 가던 카페는 어떤 곳인지, 어떤 음식이 맛있었고, 파리의 미술관은 어떤 시간이었을지 상상하며 읽었습니다. 그림과 사진을 보니 마치 그 자리에 함께 앉아 있는 느낌마저 들기도 했습니다. 제가 파리로 신혼여행을 갔을 때, 화려한 꽃을 보며 사고 싶다는 생각이 강렬했지만, 곧 떠날 것을 알기에 아쉬워하며 내려놨던 적이 있습니다. 반대로 작가님은 집에서는 반려 고양이의 알레르기 때문에 평소에는 사지 못했지만, 파리에 마련한 혼자만의 공간에 작약을 사서 물컵에 담아 두었다던 이야기를 꺼내놓으셨어요. 탐스럽고 화려한 핑크빛의 작약 한 송이가 한 페이지를 가득 채웠어요. 꽃병이 없어 물잔에 꽂아 둔 꽃 사진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습니다. 숙소 호스트인 테오에게 꽃병이 있는지 편지를 썼는데, 테오는 지금껏 꽃병을 찾았던 손님이 없었다며, 손수 구매해서 작가님의 방에 꽃병을 가져다 두었다는 이야기도 마음에 쏙 들어왔습니다. 끝내 꽃 한 송이를 사지 못한 저의 지난날의 아쉬움이 여전히 남았기 때문일까요. 작가님의 조심스런 편지,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직접 꽃병을 준비해 준 테오의 이야기가 달콤했습니다. 꽃병에 담긴 꽃 사진을 보며 예전에 꽃을 내려놓았던 마음도 달래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얼마 전 아이들과 다녀온 필리핀 마닐라를 떠올랐습니다. 그림을 그렸으면 아이들과 발이 아프도록 걸었던 길, 박물관 등의 동선들도 한눈에 들어올 수 있게 담아내고, 나의 시선에 들어온 세상을 더 또렷이 잘 남길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욕심이 들었어요. 작가님의 드로잉으로 펼쳐지는 파리의 모습에 부러움이 더 커졌습니다. 봄이니까, 다시 떠나고 싶네요! 여행지에서 망설였던 아쉬움을 책으로 만나 좋았습니다. 햇볕이 따스한 파리를 산책하는 느낌을 스텔라 장의 'L'Amour, Les Baguettes, Paris' 음악으로 대신해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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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월간 독립출판'은 객원 에디터님들과 함께 이야기를 꾸려 나가려고 합니다. 새벽감성1집 독립서점에서 발행하지만, 새벽감성1집에 없는 책도 소개합니다. 이미 절판인 도서와 신간 도서를 섞어 소개할 예정입니다. 때로는 여러 독립서점 이야기도 전해드립니다. 에디터님들과 함께 만들어질 '월간 독립출판'을 기대해 주세요!
다음번엔 당신의 취향을 소개할 거예요!
월간 독립출판은 다음 달에도 계속 이어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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