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월 : 매력 쩌는 여자들의 이야기 '월간 독립출판' 2022년 1월, 열 번째 편지 여배우가 연기하고 싶게 만드는, 시나리오대본집 어릴 때 한 번쯤 연기자의 꿈을 꾼 적이 있지 않나요? 어떤 인물을 연기하고 싶었나요? 주인공인가요 조연인가요 악연인가요 비련의 주인공인가요? 어떤 역할을 보면서 연기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지 생각했는데 어릴 땐 주인공이 되고 싶었고, 점차 나이가 들면서 주인공을 돋보이는 역할을 하고 싶었고, 더 나이가 들면서는 극 중에서 있는 줄 모르지만 없어서는 안되는 감초 역할을 하고 싶었습니다. 힘들 때, 지쳐서 쓰러질 것 같을 때, 내 편이 없다고 느끼는 순간, 당신 곁엔 누가 있었나요. 주인공도 조연도 모두가 나를 외면할 때 나를 따뜻하게 보듬어 주고, 알뜰히 살폈던 사람은 어쩌면 내게 독한 말을 건넸던 사람들, 내 편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알고 보면 내 편이었던 사람들이지 않았을까요. 특히 언제나 모난 말로 날 눈물짓게 하지만 가장 아픈 순간 따뜻한 손을 내밀어 주던 엄마의 모습에서 다시 일어설 용기를 얻지 않았을까요. 춘향전의 춘향이가 기생의 딸에서 양반의 부인이 되는 판타지 속에서 그녀의 성공을 가장 응원해 주는 것은 그녀를 키워낸 엄마, '월매'일 수도 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만약 내가 여배우라면 이 시나리오를 택할 것 같다고, 연기하고 싶게 만든다고 생각했어요. 어떤 책일지 궁금하시죠? 매력 쩌는 여자들을 만나보자! <춘향전>에서 우리는 주인공 춘향이만 기억하지만 춘향이를 춘향이답게 클 수 있게 만든 사람은 누구일까요? 남편도 없이 춘향이를 강하고 아름답게 키운 기생 출신의 여자 '월매'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지, 이 시나리오를 보면 깜짝 놀랄 수도 있겠습니다! 운이 좋은 사람들 사이에 그 사람들을 멋지게 만든 매력 쩌는 여자들의 이야기 속으로 여러분을 초대해요! 뻔한 이야기를 어떻게 재가공해 멋지게 다듬었는지 그 매력 속으로 빠져 봅시다! 김시은 <월매전> 💌 책 소개 영화시나리오용으로 씌여진 글이지만 영화가 되지 못한, 시나리오의 대본집입니다. 우리가 흔히 아는 춘향전의 스핀오프, 혹은 프리퀄 버젼의 스토리입니다. 💌 집필 배경 사실 이 작품 자체의 집필 배경이라고까지 하기는 그렇지만 제가 20중후반 때 만난 남자친구들이 다 30대였어요. 30대 초반 남자친구도 만나봤고 30대 후반 친구도 만나 봤었는데 그 친구들이 ‘어린여자’ 선호사상이 좀 있는 거예요(남아선호사상만큼 뿌리깊고 잔혹한 어린여자선호사상… 휴…) 이전에 만난 사람 혹은 소개팅 같은 얘기를 하다가 남자친구가 30대 중반을 왜 만나냐, 라는 말을 하는데 정이 뚝 떨어지더라고요. 지는 그 당시 30대 후반 주제에… 또 다른 남자친구는 그 당시 저의 젊음을 칭찬하면서 지나가는 40대 여성들의 외모를 흠잡던 적이 있었어요. 누구나 드는 나이가 드는데, 왜 여자의 나이든 모습에 가혹하고 엄격할까, 나이 든 여자에게도 꽃다운 시절이 있었고 그런 시절이 있었음을 보여주고 싶다, 그런 이야기를 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던 차에 ‘월매라는 캐릭터를 재해석해보자’ 하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아요. 이달의 작가 : 김시은 💌 김시은 작가 시나리오 대본집 <월매전> 작가 '월매전' 김시은 작가에게서 온 편지 💌 이 책에 대한 이야기를 일문일답으로 담았습니다. 💬 작가님 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시나리오 대본집 <월매전>을 쓴 작가 김시은입니다. 작가가 꿈이었다기보다 어릴 때부터 이야기를 좋아해서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그래서 10대 때부터 이런저런 이야기를 정말 많이 썼는데 지금 읽어보면 손발이 오그라들게 못 썼지만, 어쨌든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은 마음’은 어릴 때부터 컸던 것 같아요. 고3 때 진로 고민을 하다가 결국 관련 학과로 진학했고 20,21살 때부터 시나리오 쓰는 법을 배워서 제대로 쓰기 시작한 건 12-3년 정도 된 것 같아요. 💬 ‘월매전’ 책의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의 첫 대본집인 <월매전>은 고전소설 <춘향전>속 주목받지 못한 인물들에게 뒤늦게라도 조명을 비춰주고 싶어서 만들게 된 이야기입니다. 저 역시 어릴 때부터 주목받지 못하는 아이여서, 항상 이야기를 읽을 때면 주인공보다 주변 인물들에게 더 많은 관심이 갔던 거 같아요. ‘쟤는 주인공 도와주고 나서 뭐 할까.’ 이런 식으로. 원래 시나리오를 책으로 만들 생각은 없었어요. 영상을 위해 쓰인 글들은 사실 ‘글’이라기보다 대부분 영상 제작을 위한 도구에 가까워서 출판이 되지 않는 것이 당연할뿐더러 세상에 드러나지 않는 게 일반적이거든요. 그런데 ‘시나리오’라는 글은 공모전 심사위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순간, 세상에 드러날 모든 기회를 잃게 되는데 그게 저로서는 아쉬워서 이야기를 알릴 방법을 찾다가 독립출판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책을 만들기 위해 독립출판 수업을 들을 때도 독립출판물 시장에서 시나리오/대본집 분야로 책을 내는 작가는 거의 없다고 들었어요. 저는 제 시나리오를 비롯해, 영화화되지 못한 좋은 시나리오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한 편의 영화가 제작되기 위해서는 상당한 금액의 제작비가 들어가기 때문에 사실상 좋은 시나리오가 수천 개 있어도 그중에서 상업영화가 될 수 있는 시나리오는 산업구조상 정말 극극극소수인 1,2 편일 수밖에 없거든요. 기억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2011년 시나리오 작가 최고은 씨가 생활고로 인한 영양실조 때문에 사망한 일이 있었어요. 재능 있는 분이라 좋은 상도 여러 개 받으신 분인데도요. 저는 본업이 따로 있지만 제 오촌 당숙님이 전업으로 시나리오 작가인 생활을 하고 있는데 계약금으로 받는 금액이 진짜 너무 낮더라구요. ‘저 돈으로 일상생활이 되나?’ 싶을 정도였으니 아마도 가족들의 도움을 받아 가며 근근이 생활을 이어가고 있으실 거 같아요. 제 시나리오를 시작으로, 많은 시나리오 작가들이 자신의 시나리오를 책으로 내서 출판시장에 책으로라도 많이 나와서 자신들의 존재감을 드러냈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해서 영화 산업에서 발 디딜 곳 없는 시나리오 작가들의 궁핍한 활동 반경을 조금이라도 넓힐 수 있으면 좋겠다 싶어서 책으로 내게 되었습니다. 💬 작가님은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하며 많은 시나리오를 쓰셨는데 (다른 이야기가 아닌) 이 이야기를 책으로 만든 이유는 무엇인가요? 춘향이 이야기가 사람들에게 가장 접근성이 좋은 이야기라서 선택한 게 큰 것 같아요. 쓴 시나리오 중에는 현재가 배경인 것도 있고 조선시대 배경인 다른 시나리오도 있는데요, 독자 입장에서 김시은은 쌩판 모르는 작가인데 이야기까지 쌩판 모르는 이야기를 하면 안 볼 거 같더라고요. 💬 책이 굉장히 유쾌한데 비해 표지는 검은색이라 더 인상 깊은 것 같습니다. 책 표지를 디자인할 때 어떤 점에 가장 신경을 썼나요? 월매의 인생에서 중요한 두 남자(성준, 치수)를 만나게 되는 밤길 장면이 있어요. 그날, 월매가 성준을 만나죠. 그리고 성준이 월매에게 밤길을 다니는데 꼭 필요한, 반딧불이로 만든 등을 선물로 주는 바람에 잠시 후 어두운 밤길에 치수와 부딪히게 돼요. 성준은 월매에게 첫 연인이자 평생의 연인이지만 훗날 그녀에게 가장 큰 상처를 주는 인물이고, 치수는 사실 자신조차 깨닫지 못했지만 사실 평생 월매를 사랑하고 그리워하며 나중에 그녀를 도와주는 인물이에요. 그날 월매가 밤길을 나서지 않았다면 성준도 만나지 않았을 것이고 어쩌면 기생이 되지도 않았을 수 있을 거예요. 그날 마주친 성준의 어떤 말 한마디가 월매의 인생을, 생각지도 못한 전혀 다른 선택으로 이끌거든요. 치수도 나중에 ‘월매의 선택’ 때문에 엮이게 되는 인물이고요. 원래 시나리오라는 글은 표지가 없는 글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표지 고민을 진짜 많이 했어요. 어떤 이미지를 해야 하나 싶기도 하고 무엇보다 실물로 된 책을 내려면 이 스토리의 분위기를 잘 표현해 주어야 하기도 해서 여러 키워드로 표지 디자인을 검색했었어요. 그런데 표지로 한 이 이미지를 보는 순간, 위에 묘사한 그날 밤, 같은 공간에 있었던 저 세 사람이 겹쳐지더라고요. 사실 같은 공간에 함께 있었지만 다 같이 만나지는 않았던 그 운명의 장난 같은 밤, 그 밤이 이 이야기의 진짜 시작 같기도 하고 어쩌면 그날 밤의 공기가 세 사람을 상상하지 못한 운명으로 이끈 걸 수도 있겠다 싶은 느낌이 들어서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 이 책엔 개성 있는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실제 작가님과 가장 비슷한 캐릭터 혹은 작가님이 좋아하는 캐릭터는 누구일까요? 사실 월매 친구로 나오는 비영이라는 캐릭터를 엄청 좋아합니다. 비영이라는 이름도 사람들이 예전부터 기생을 '말하는 꽃'이라고 하는 게 싫어서 한자 '아닐 비' '꽃부리 영'을 써서 비영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어요. 사실 저는 이 캐릭터가 굉장히 매력적이라고 생각해요. 예쁘고, 성격 더럽고, 할 거 다 하고. 할 말 다 하고. 나이 들어서도 꾸미는 거 좋아하고, 자기 자신이 자기 인생에서 1순위이고, 제일 매력적인 건 지고지순하지 않아요. 다음 작품에 주인공으로 나올 캐릭터가 사실 비영이 캐릭터에서 훨씬 더 발전시킨 캐릭터인데, 조선시대 중 안 좋았던 상황 중에서도 정말 극단적인 상황에 처한 인물이라서 살기 위해 엄청나게 행동력이 강하고, 그 와중에 훨씬 더 치명적이라는 것만 알려드릴게요. 그리고 제가 만든 캐릭터들은 주/조연, 성별 상관없이 저의 성격과 희망사항을 반영한 것들이 많은데, 이번 시나리오에서 제가 저를 제일 많이 반영해서 쓴 캐릭터는 몽룡이에요. TMI 인데, 제가 원래 부산에서 살다가 글을 본격적으로 쓰고 싶어서 29살에 서울로 올라오게 되었거든요. 원래 다른 일을 하고 있었고 시간 날 때, 사실 안 날 때에도 틈틈이 글을 쓰긴 했는데 제대로 된 한 편의 글을 완성시키기가 쉽지 않았어요. 그러다가 20대 후반 쯤 되니까 '참을 수 없이 제대로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말 정말 제대로 쓰고 싶다, 완성시키고 싶다는 생각이요. 그 당시에 만나던 남자친구가 있었는데 저는 결혼 자체가 글을 쓰는 데 저에게 장애물이 될 것 같기도 했고 그 친구를 막 진지하게 좋아하고 결혼까지 하고 싶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그래도 그 친구가 저를 많이 좋아하는 게 눈에 보여서 나중에 별 남자 없으면 얘랑 결혼할까 하는 생각을 하긴 했어요. 그런데 제가 결혼보다는 글을 쓰고 싶어 한다는 것, 겨우 그런 이유 때문에 결혼을 하고 싶어 하지 않는 것, 그리고 더욱이 그런 이유 때문에 아무 연고도 없는 서울까지 간다는 것을 절대 이해 못하더라고요. 그래서 결국 헤어지고 서울로 올라갈 준비를 하게 되었어요. 근데 사실 제가 시나리오 작가로 성공하고 돌아갈 때까지 이 친구가 기다리고 있고, 제가 여러 사람 만나봤는데 얘보다 괜찮은 남자 없으면 이 친구랑 결혼할까 하는 생각도 아주 없진 않았어요(INFJ의 이 희한한 마음..). 그런데 인생은 영화나 드라마가 아니잖아요. 그 남자친구랑 헤어지고 두 달쯤 후에 서울 올라가기 하루인가 이틀 전, 제 친구한테 연락이 왔어요. 니 전남자친구 나한테 엄청 껄떡거린다고. 제대로 정리하고 가라고. 그래서 헤어지고 한참 뒤인데, 거기다 서울 올라갈 준비하느라 정신없는데, 그 친구한테 전화해서 또 진흙탕 싸움을 하고 올라왔어요. 저 혼자, 제 남자친구가 지고지순할 거라고 생각한 거죠. 그 친구 주변에 의심할 만한 여자도 없어서 이성에 큰 관심 없는 줄 알았는데 다 제 착각이었고 솔직히 못생겨서 여자가 주변에 없어서 껄떡거릴 일이 없었던 거였어요. 그나마 알게 된 '여자'가 생기니까, 헤어지자마자 제 친구고 뭐고 엄청 껄떡거렸더라고요. 이야기 들어보니까 아주 가관이었어요. 제가 뭐 하는 거냐고 따지니까 너는 니 친구 말만 들을 거냐고, 저 질투하게 하려고 했다는 둥, 자기 진심은 왜 모르냐는 개소리를 하더라구요. 이 이후의 이야기도 할 이야기가 한 보따리지만 여기까지만 할게요. 다시 되돌아와서 몽룡이가 춘향이를 대한 마음이 그때의 제 마음과 비슷했던 거 같아요. 얘가 그렇게 싫지는 않은데 큰 물 가면 새로운 사람 만나야지, 하는 마음. 다른 사람 만나보고 얘만한 애 없으면 다시 만날 수도 있지만 크게 대단한 인연이라고 여기고 싶지는 않은 마음. 제가 생각하는 몽룡이가, 서울 가면 공부도 할 거긴 하지만 새롭게 이 여자 저 여자 만나고 싶었던 것처럼, 저도 서울에 올라온 후 몇 년간 미친 듯이 글을 쓰기도 했지만 제 인생에서 가장 거리낌 없이 많이 이성을 만났던 것 같아요. 몽룡이처럼 가볍고 상쾌하게 기분전환을 위해 이성을 만난 것은 아니었지만, 20대가 끝나간다는 생각, 배신감, 시나리오 작가라는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불안, 성공하지 못하고 늙을 때까지 아무것도 안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 가난한 할머니가 돼서 폐지나 줍고 살 것 같고, 작가가 안 되면 아무것도 안 될 거라는 무력감 등등이 합쳐지면서 타지에서 혼자라는 마음에 끊임없이 이 사람, 저 사람 만났던 것 같아요. 하지만 기본적으로 저는 지고지순한 사랑을 원하기도 하고, 몽룡이가 사실 정의에 큰 관심이 없지만 그냥 구해주고 싶어서 가엾은 동지를 구해주는 것처럼, 저도 능력만 있다면 지나가듯 정의를 실현하고 싶기도 해요. 이성에게 잘 보일 생각에 구현한 정의이긴 하지만 그래도 쉽게 정의를 구현하고, 내가 원하는 목표를 이룰 때까지 지고지순하게 기다리는 아름다운 연인이 있는 캐릭터. 제가 겪어야 했던 상황은 능력이 있어서 누구를 구할 형편이 된 적도 없고, 외모도 인성도 춘향이가 아닌 괘씸한 연인이 있던 삶이었잖아요. 누군가는 그런 힘, 그런 지고지순한 연인이 있기를 바라는 제 희망사항이 몽룡이라는 캐릭터를 만든 것 같아요. 저는 그런 대단한 힘도, 그런 연인도 없었으니까. 몽룡이에게 저를 반영했기 때문에 제가 수없이 공모전에 떨어진 것처럼, 몽룡이도 과거에 수없이 낙방하게 만들었고요. 마지막에 언젠가는 과거에 가까스로 급제한다고 한 것도, 나중에라도 저 역시 가까스로라도 제가 원하는 세계에 진입하고 싶어서이기도 합니다. 시나리오 속에 몽룡이가 그렇게 비중 있게 나오지는 않는데 쓰고 보니 여자 서사 시나리오인데 너무 몽룡이 얘기만 했네요. 하여튼 제가 갖고 싶은 삶의 조건들이 몽룡이의 인생에 많이 담겨 있어요. 💬 독립출판에서 ‘시나리오 대본집’은 굉장히 생소한 분야입니다. 이 장르를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 어떻게 소개하면 좋을까요? 편하게 이야기책 읽듯이 집어 들었으면 좋겠어요. 소설에 익숙한 분들이 많으시겠지만 대본 형식의 이야기도, 이야기 자체가 재미있기만 하면 그렇게 읽기 힘든 형식이 아니거든요. 그리고 저는 정말 재미있게 쓰는 사람이고요(자신만만). 💬 작가님이 시나리오 작가가 되고 싶었던 이유는 무엇인가요? 지금은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저는 어릴 때부터 이야기를 진짜진짜진짜 좋아하는 어린이였고요. 동화책, 만화, 영화, 드라마 이야기는 다 좋아했어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본다고 하잖아요. 글을 쓰고 싶다, 는 생각보다 ‘시간 가는 줄 모르게 하는 이야기를 만드는 일’을 나도 하고 싶다! 이런 마음이었던 것 같아요. 소설도 찔끔찔끔 중,고등학교 때 썼고 사실 고3 때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보고 ‘이거다, 내 길은 이걸로 결정했어!’라고 생각해서 애니메이션 과로 진학하려고 했는데 1학년 때 학부 수업을 듣다가 애니메이션에서 미디어창작전공으로 바뀌게 되었어요. 지금은 전화영어 업체의 학습지원cs팀에서 일하고 있어요. 💬 실제로 이 시나리오가 스크린에 연출된다면, 주인공을 삼고 싶은 배우가 있을까요? 가상 캐스팅이 궁금합니다. 어린 월매는 정지소 배우님, 어린 비영이는 한지현(펜트하우스 석경이) 배우님 생각하면서 썼고 성인 월매는 김혜수 배우님, 성인 비영은 김혜은 배우님. 성준이는 10대부터 40대까지 다 커버 가능한 공유 님.
치수는 <왕좌의 게임>피터 딘클리지를 떠올리면서 썼는데 키는 작아도, 그냥 캐릭터를 씹어먹는 그런 분이 나타나주길 좀 바라는 그런 마음이 있어요. 💬 작가님 책을 읽고 난 독자에게 서 온 특별히 기억나는 후기가 있나요? 이 책으로 독서모임을 한 적이 있는데 어느 분이 제가 쓴 ‘다른 이야기를 또 읽고 싶다, 계속 읽고 싶은 느낌이 들었다.’ 이런 말을 해주셨는데 이 말이 제일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사실 작가들이 계속 쓰고 싶게 만드는 말이기도 하고요. 💬 이 책은 어떤 사람들에게 특히 추천하고 싶으며, 왜 읽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나요? 여배우들. 사실 시나리오 대본이라는 형식 자체가 배우들이 읽고 연기하시라고 쓴 글이에요. 제가 대본집을 책으로 낸 이유 중에는 여배우님들이 제 글을 읽고 연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하고 싶다는 이유도 큽니다. 제가 공모전에서 좀 많이 떨어졌는데, 사실 저를 비롯해 작가들은 떨어지면 ‘그럼 내 작품 말고 도대체 어떤 작품이 당선되는지’ 보거든요. 물론 장르, 소재, 줄거리가 어떤 것인지도 보지만 몇 년간 계속 보니까 장르 상관없이 일단 남자가 주인공인 이야기가 주로 당선이 되더라고요. 여자 캐릭터가 주인공인 시나리오가 당선이 된 적이 별로 없어요. 당선된 시나리오들 중에 여자 주인공인 게 별로 없으니 제작환경에서부터 여배우들이 연기할 몫이 적을 수 밖에 없고요. 영화산업의 종사자 비율이 남자가 많고, 그러다 보니 당연히 심사위원도 남자가 많을 수밖에 없고, 그분들은 남자 캐릭터에 더 감정이입이 되니까 남자가 주인공인 시나리오를 선택할 확률이 높아져요. 그렇게 당선된 시나리오들이 영화산업을 돌아가게 한다고 보면 여배우님들에게는 여자 주인공인 시나리오가 손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확률적으로 거의 불가한 상황이잖아요. 그래서 직접 제가 제 시나리오를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예전에도 그랬지만 앞으로도 계속 ‘여배우들이 연기하고 싶은 이야기’를 쓸 생각입니다. 💬 작가님의 차기작 계획 혹은 향후 (책 이외) 계획이 있나요? 저는 어릴 때부터 신데렐라 판타지가 싫었어요. 모든 소녀가 착하게 산다고 해도 어차피 ‘왕자의 신부’ 자리는 딱 하나잖아요. 그렇다면 ‘수천 수만의 모든 소녀가 굳이 다 착할 필요가 있나?’ 싶은 거죠. 하고 싶은 거 하는 소녀 이야기를 쓰고 있는데 사실 좀 못됐기도 해서 ‘쌍년 판타지’라고 장르를 정해봤어요. 사실 제 시나리오 속, 가장 애착이 가는 캐릭터는 '비영'이에요. 비영이처럼 이기적인데, 낮은 신분인 예쁘고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사는 여자 캐릭터 이야기를 쓰고 있어요. 조선시대 이야기지만 저는 지금과 그때가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해요. 그 시대의 데이트 폭력, 안전 이별에 대한 생각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스토리가 메인 플롯이고, 생존을 위해 극단적인 상황 속에서 위험을 헤쳐나가는 여자 캐릭터가 나와요. 치명적인 매력 때문에 계속해서 남자들로부터 애정을 빙자한 위험에 빠지지만 그 위험을 스스로 헤쳐나가는 캐릭터인데 <시카고>의 록시, <위대한 개츠비>의 데이지,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 의 에비게일 같은, 사랑스러운데 잔인하고, 무엇보다 생존을 위해 수단 방법 가리지 않을 수밖에 없는 그런 여자 이야기를 쓰고 있어요. 그리고 나중에 비영이 캐릭터로 스핀 오프도 쓰고 싶어서 각종 에피소드를 만들어놓기도 했는데 그건 어떻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 독립출판을 하며 즐거웠던 경험이나 생각나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책을 내기 전까지 제 글을 읽을 수 있는 사람들은 같이 합평하는, 시나리오 쓰는 친구들밖에 없었어요. 계속 피드백을 주고받아야 하니까 즐길 수가 없잖아요. 저는 모든 문화(노래, 유튜브,독서, 영화 등등)는 일상의 고단함을 잊게 해주는 목적이 있다고 생각해요. 무서운 것이든, 엄청 슬프거나 엄청 웃긴 것이든, 설명하기 힘든 어떤 재미가 있든.
저로서는 제 이야기가 다른 사람들에게 일상의 고단함을 잠시 잊게 해주는 도구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거든요. 이야기를 즐기게 해주고 싶었어요.
이번에 독립출판 마켓에 나가서 직접 책 소개를 하면서 <월매전>을 팔았는데 짧은 시간 내에 직접 대중들에게 제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다는 게 진짜 좋았어요.
그분들이 호기심을 갖고 들어주는 것도 좋았고, 제 이야기 설명을 듣던 어떤 분이 ‘월매 이야기가 진짜 원래 있던 이야기에요?’ 이렇게 물어보셨던 게 기억에 남아요. 그리고 책 소개를 읽고 아무것도 물어보지도 그냥 ‘한 권 주세요.’ 하고 사가신 분도 있었는데 그분이 제일 기억에 남아요. 이 이야기가 매혹적이구나 하고 인정받은 느낌이었어요. 💬 이 책을 읽은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다른 책이 있나요? 1. 여자가 쓴 괴물들 - 추천 사유: 호러는 여자가 더 잘 씁니다. 왜냐고요? 사회적 억압이 심한 만큼 그 분노를 해소할 적절한 창구가 필요한데 재능 있는 여자들은 그걸 창작의 에너지원으로 쓰거든요. 가장 오래 살아남은, 가장 오래 기억될 괴물이 등장하는 소설 <프랑켄슈타인>을 누가 썼는지 아세요? 19세의 메리 셸리 라구요. 2. 나에겐 수많은 실패작이 있다 - 추천사유 : 저도 많이 실패했는데 할리우드 유명 작가는 어떻게 실패하고 어떤 실패작이 있는지 보시는 것도 연말/연초에 보시면 좋을 거 같아요. 길게 보면, 어떤 실패는 꼭 겪어내야지만 나이가 좀 더 들었을 때 그다음 유사한 상황에서 대처할 능력도 길러지는 거 같더라구요. 이 유명한 헐리우드 작가의 다양한 실패를 대하는 태도를 보시고 나면 실패하고도 우아하고 유쾌할 수 있다는 걸 보실 수 있을 가에요. 그리고 나면 실패가 그렇게 나쁜 것만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 거예요(하지만 물론 성공이 더 좋습니다). 💬 뉴스레터를 구독하는 독자들에게 그냥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 글을 읽는 누군가가 독립출판을 해봤으면 좋겠어요. 자기가 쓴 글을 pc 안에만 갖고 있는 것과 손에 만질 수 있는 책으로 가질 수 있는 것은 큰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사실 글을 쓰는 모든 사람은 작가라고 할 수 있는데, 아무리 많이 써도 pc 안, 인터넷 어딘가에 있는 것만으로는 ‘내가 작가다’라는 정체성을 갖기 쉽지 않은데 책을 내고 나니까 당당해졌달까. 예전엔 글 쓴다고 하면 누가 뭐 쓰셨어요, 무슨 글 쓰셨어요라는 질문에 머뭇거려졌는데 이제는 당당하게 <월매전>이라는 제목을 말해줄 수도 있고, 어디 어디에서 파니까 사라고 강요할 수도 있는 권리를 갖게 된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아요. 💌 김시은 작가와 '월매전' 책이 궁금하다면! 시나리오 대본집 <월매전>과 김시은 작가가 궁금하다면 아래 링크를 방문해 주세요! 특히, 시나리오 작가 데뷔의 꿈을 놓지 않았던 작가 지망생으로 7년 반 정도 살면서 경험한 일과 느꼈던 생각, 그리고 최근 직장인이자 작가로 사는 일에 대한 생각을 브런치에 쓰고 있습니다. 김시은 <월매전> 책을 만날 수 있는 독립서점 ![]() '월매전' 책은 독립서점에 입고되어 판매됩니다. 평소 자주 가는 독립서점이 있다면, 책방에 입고 여부를 문의해 주시고, 없거나 책방에 입고가 되어 있지 않다면 아래 독립서점에서 찾아주세요! 전국에 정말 많은 독립서점에 이 책이 입고 되어 있답니다! 잘 모르겠으면, 아래 두 서점 어때요? 신간 독립출판 도서 & 이달의 소개하고픈 독립출판 도서 김시은 작가 <월매전> 책과 어울리는 두 권의 책을 엮었습니다. 컬러링과 이야기가 담긴 책 <우울한 요다 컬러링북>과 가족 이야기를 담고 있는 <너무 착하게 살았더니 모든 게 내 탓인 마냥 끌어안아 버렸다> 책도 함께 읽어 주세요! ![]() 우울한 요다 컬러링북 저자 하정민 | 48쪽 | 188*127 | 컬러링북 | 12,000원 저의 그림으로 엮은 컬러링북입니다. 지치고 힘든 사람들이 저의 그림으로 컬러링을 한다면 행복할 것 같습니다. ![]() 너무 착하게 살았더니 모든 게 내 탓인 마냥 끌어안아 버렸다 저자 김예진 | 182쪽 | 128*188 | 에세이 | 12,000원 단 한 번도 쉬운 적이 없었던 가족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비슷한 소용돌이를 공유하고 있으니 다같이 뭉쳐서 극복해 나가자는 말을 들었습니다. 저는 그 말이 꼭 다같이 죽자는 말처럼 들렸습니다. 우리는 뭉치면 뭉칠수록 힘들 뿐이었습니다. 있는 힘껏 벗어나려 했습니다. 저부터 살고 보자는 마음과 저만 잘살면 안 된다는 죄책감이 오랫동안 공존했습니다. 몹시도 미안했고, 두려웠고, 괴로웠습니다. 누구의 기준도 아닌 저의 기준으로, 충분한 시간이 지난 끝에야 글을 내놓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누군가에 대한 미움과 두려움을 인정하게 됐고, 누군가에게 지난한 발악을 토해낸 후에야 모두가 처음이었기 때문에 서툴렀던 것을 알게 됐습니다. 글 곳곳에 저의 숨구멍이 나있습니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의 숨구멍은 부디 저의 것보다 온전하길 바랍니다. 여자가 여자를 돕는다 여자의 적은 여자다, 라는 오래되고 나쁜 말이 있잖아요. 저는 어릴 때부터 이 문장을 진짜 싫어했어요. 물론 지금도 싫어하구요.
이 오래되고 음흉한 문장 속에 숨어 있는 의도가 여자들이 서로를 돕지 못하게 하고, 믿지 못하게 하려는 것 같았거든요. 남자와 남자가 사회적/정치적으로 서로 적이 된 적이 훨씬 더 많은데 남자의 적은 남자라는 말 없잖아요. 그러면서 여자의 적은 여자, 라는 말을 만들고 퍼뜨려서 아무리 힘들어도 여자들끼리는 서로 믿지 않고 힘을 합치지 못하게 해서 남자 그늘, 혹은 남편 그늘 아래에서만 안전하다고 생각하게 하려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그래서 언젠가 여자가 여자를 돕는 서사를 꼭 넣어서 쓰고 싶다고 생각했거든요. 느끼셨는지 모르겠지만 처음엔 월매와 비영이 다정한 친구 사이가 아니었지만 비영이 무너지려 할 때는 월매가, 월매가 힘든 순간에는 비영이 도움을 주는 존재가 되어주는 장면이 나와요. 그 외에도 도움을 받았던 사람이 다시 도움을 돌려주는 장면을 넣으려고 노력을 많이 했어요. 혹시라도 그런 장면을 보신다면, 아 작가가 말한 ‘여돕여(여자가 여자를 돕는다)’ 장면이 이거구나 하고 느끼실 수 있으면 참 좋겠어요. '월간 독립출판'을 통해 매월 한 명의 작가와 도서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때때로 독립출판을 볼 수 있는 서점 이야기도 전하려고 합니다. 하영 작가처럼 자신의 이야기를 책을 펼쳐 낸 사람들의 이야기도 전하고 독립서점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행사도 소개하고 싶어요! 다음번엔 당신의 책을 소개할 수 있을까요? 월간 독립출판은 다음 달에도 계속 이어집니다! '월간 독립출판'에 소개되고 싶은 작가나 도서가 있나요? 책방이라면 소개되면 좋을 행사가 있나요? 독립출판에 관련된 이야기라면 어떤 것도 환영합니다! '월간 독립출판' 제보 및 문의는 아래 메일로 부탁드립니다.dawnsensebook@gmai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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