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요의 계절 11월이지만, '수확'한 게 없다는 생각이 들어 공허함을 느끼는 사람이 있을지도 몰라요. 저의 휴대전화에 메모해 둔 독립 출판물의 한 구절이 떠오릅니다.
"포기가 되었든 완료가 되었든 그걸 찾아가는 과정 자체가 '또 다른 시작을 만들 수 있다'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사람이길 원했다." 이 구절의 주인공, 오선영 작가를 만났습니다.
Q: ‘수확’ 혹은 ‘추수’의 시기와 연결해 본다면, 작가님이 이번 책에서 얻은 가장 큰 수확은 무엇인가요?
A: 제가 이번 작업에서 얻은 가장 큰 수확은 '오선영'으로 살아갈 기회를 얻었다는 점입니다. 처음에는 '내가 가진 긍정 파워를 더 많은 사람과 나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만 있었어요. 어떤 방법이 좋을까 고민하던 끝에 일단 북토크를 먼저 해야겠다는 결론을 내리고 필명을 지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오늘도 선한 영향력으로 쓰임 받는 사람이고 싶습니다>라는 의미를 담아 '오선영'이 되었지요. 그때까지만 해도 구체적인 출간 계획을 두고 있지 않았다는 점이 아이러니였지만요.
결론적으로 출간한 지 이제 막 1년이 지난 시점이 되었고, 그동안 다양한 워크샵을 진행하며 '오선영'이라는 이름으로 독자들을 만날 기회를 얻었습니다. 첫 농사인데 이 정도면 감히 풍년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답니다.
Q: 작가님의 삶에서 ‘백 번의 고민’ 끝에 얻은 ‘한 번의 결실’이 있다면, 그것은 어떤 형태였나요?
A: 사실 저는 가능성이 떨어지는 고민거리를 오래 붙잡고 있기보다 빨리 결정하는 편이에요. '백 번의 고민'보다는 '한 번의 어려운 결정'이 제 삶의 방향을 바꾼 경우가 더 많았거든요. 제 인생에 가장 큰 변수가 되었던 계기는 바로 '대학 진학 포기' 였습니다. 가정 형편으로 인해 대입을 포기하게 되었는데, 당시에는 대입에 대한 의욕이 단번에 꺾일 만큼 힘든 상황이었어요. 결과적으로 이 포기 덕분에 사회생활을 일찍 시작하게 되었고, 몇 번의 이직을 통해 만족할 만한 직장에 들어갔습니다. 그곳에서 만난 직장동료의 소개로 지금의 배우자를 만나서 세 딸의 엄마가 되었고요.
이 모든 과정이 한 권의 책으로 엮여 작가라는 결실을 보았습니다. 돌이켜보면 힘들었던 결정과 포기했던 순간들조차 지금의 저를 위해 준비된 '빌드업'인 셈이지요.
Q: 한때 저는 연말이 다가올수록 성취한 것이 없다는 공허함을 느끼던 시기가 있었어요. 작가님 책에 "그래서 묘수를 생각했다. 감당할 수 있을 만큼만 시도하기. 불안하다면 쉬었다 가기. 완전히 내려놓을 것이 아니라면 쉬었다 가도 재도전해 보기."란 구절이 기억납니다. 새로 시작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시작할 수 있을지 '스타트 헬퍼'로서 조언을 부탁드려요.
A: 성취감에 대한 공허함은 대개 타인과의 비교에서 오는 상실감의 반증이라고 봅니다. 이 경우에는 비교 자체를 피하면 해결되는 문제지요. 만약 "어떻게 비교를 안 하냐"고 물으신다면, 저는 반대로 "괴로울 걸 알면서 왜 비교하고 계시냐"고 반문하고 싶습니다. 그러니 새로운 시작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성취의 기준을 타인이 아닌 나의 역량에 맞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힘차게 달려가는 사람들이 부럽더라도, 그들에게도 헐떡이던 초보 시절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하세요. 그리고 '해도 안 되면 어떡하지?'라는 불안이 있다면, 잠시 멈춰 서서 다른 길을 찾아보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달리기만이 답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으니까요.
Q: 작가님의 책을 통해 독자들이 어떤 ‘열매’를 얻길 바라시나요? 어떤 독자들에게 이 책을 추천할 수 있을까요?
A: '일단 시작할 용기'라는 열매를 얻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불안과 의심 속에 크고 작은 선택의 갈림길에 섭니다. 정도가 다를 뿐 누구나 선택 앞에서 망설이고, 잘못될지 두려운 것은 잘하고 싶은 마음이 크기 때문이지요. 풍년을 꿈꾸며 동기 부여를 받지만, 정작 씨앗을 뿌리기도 전에 닥치지도 않은 불안을 가져와 그 앞에 멈춰 서 있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1년 농사가 갑작스러운 기상 이변으로 흉작이 될 수도 있겠죠. 물론 결과까지 좋으면 금상첨화겠지만, 저는 실패 역시 배움의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에는 다양한 경험을 통해 과정을 즐기고, 현재에 집중하며, 저만의 길을 찾는 여정을 허심탄회하게 담았습니다. 포기할 수 있는 것은 과감히 내려두고, 감당할 수 있을 만큼만 도전하길, 그럼에도 붙잡고 싶은 것이 있다면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 이어가자고 말하고 있어요. 저처럼 결과에 상관없이 '나아가는 과정'의 가치를 즐기고 싶은 분, 다양한 삶이 존재함에 위안받고 싶은 분, 좋아하는 것에 진심이길 바라는 분, 해보지 못한 일에 후회가 남아있는 분이라면 간결하고 명료한 문체의 제 책이 색다른 위안을 줄 거라 기대해 봅니다. |